Brand Media·Thursday, 18 December 2025·10 Min Read·POST No.2

We all differ — 가구 회사가 '질문'을 선물하는 미디어를 만들기까지

책상은 왜 침대나 식탁과 다른가. 가구 브랜드 데스커가 '일과 성장'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한 편의 광고가 아니라 하나의 미디어로 옮긴 이야기. 창간부터 다년간의 운영, 그리고 실행되지 않은 마지막 제안까지 기록했다.

가구 회사가 미디어를 만든다. 처음 들으면 어색한 조합이다. 책상과 의자를 파는 회사가 왜 매주 두 번씩 인터뷰와 에세이를 발행할까. 데스커의 답은 분명했다 — 좋은 브랜드는 말하기보다 보여준다. 데스커는 '도전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포스트오피스는 그 관점을 광고가 아니라 '디퍼(Differ)'라는 한 편의 미디어로 구현했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 초 '데스커 웹사이트를 브랜드 놀이터로 만들고, 핵심가치에 공감하는 팬덤을 확보하자'는 한 줄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창간(2021), 온라인 플랫폼 리빌딩(2022), 웹디자인 리뉴얼(2023), 다년간의 운영으로 이어졌다. 아래는 그 과정에서 방향을 결정지은 순간들이다.

가구 회사가 왜 미디어를 만들까

시작은 진단이었다. 데스커는 이미 자사 채널에서 '월간데스커', '오피스 체인지', 'DESKERxDESKERS' 같은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스트오피스의 리뷰는 냉정했다 — 브랜드 이슈와 트렌드에 무리하게 맞추다 보니 광고성 블로그 같은 인상을 남기고, 좋은 인물을 섭외해도 결국 '제품 소개를 위해 사람이 동원되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는 것. 결론은 과감했다. 핵심 마케팅 콘텐츠인 '오피스 체인지'와 'DESKERxDESKERS'만 남기고 전면 개편하되, 두 시리즈도 스토리텔링 방식을 새로 짠다. 목표는 세 가지로 정리됐다 — 브랜드 저널리즘(온라인 미디어), 브랜드 경험(오프라인·멤버십 라운지), 멤버십. 광고가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찾아오는 미디어를 만드는 일이었다.

Differ 미디어 콘텐츠
Differ 미디어 콘텐츠

On the Desk — 책상의 행위유도성

미디어의 뿌리가 될 브랜드 플랫폼은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나왔다. 책상은 침대나 식탁과 무엇이 다른가. 침대는 쉬는 곳, 식탁은 먹는 곳이다. 그렇다면 책상은? 책상에서 우리는 쓰고, 그리고, 만들고, 계획하고, 배우고, 듣고, 읽고, 발견하고, 구체화하고, 생각하고, 실현한다. 이 '행위유도성(affordance)'에서 데스커의 플랫폼 정의가 나왔다 — 책상은 가능태로 존재하는 내 안의 아이디어·생각·잠재력을 마주하고, 그것을 현실로 바꿔내기 위해 애쓰는 장소. 데스커의 브랜드 자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성장(24회)', '시작(23회)', '가능성(22회)'이었다는 사실은 이 방향이 회사의 언어와 정확히 맞닿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DifferDiffer

DIFFER — 정답이 아니라 빈칸을 주는 이름

미디어의 이름은 DIFFER.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별성·다양성·고유성'을 뜻한다. 핵심은 태도였다. 디퍼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하나의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찾고, 그만의 방식대로 성장하도록 독려한다. 그래서 태그라인도 정답이 아니라 빈칸의 언어였다 — 'Fill in your own answer. That's your own way. We all differ.'(성장을 위한 질문. 저마다의 가능성. We all differ.) 미디어의 정의는 한 문장으로 굳었다 — '디퍼는 성장을 위한 질문과 답을 수집하는 미디어입니다. 일과 일 밖의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질문을 띄우고, 각자의 답을 채울 수 있는 빈칸을 선물합니다.' 디퍼가 파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좋은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을 채울 빈칸이었다.

그릇(Container) — 책상은 각자의 이야기로 채워진 세계

디자인은 데스커 경영진의 한마디에서 메타포를 얻었다 — '우리는 배경이 되고,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과 같은 브랜드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디자인을 합니다.'(정보은, 데스커 부사장) 여기서 비주얼 메타포 'CONTAINER(그릇)'가 나왔다. 책상은 각자의 이야기로 채워진 고유한 세계이고, 디퍼는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자 배경이다. 비주얼 디렉션은 세 갈래로 정리됐다 —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받기(Inspirational Stories),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기(Ask Yourself),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찾기(Find Your Lifestyle). 로고는 기하학적 산세리프(ES Build)를 기반으로 한 'Fill in Your Own Story'. 그릇은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는 콘셉트를 살려 Black / Light Gray / White에 더해 Vibrant Colors 변주를 두어 콘텐츠마다 다른 표정을 갖게 했다.

'성장을 위한 질문' — 콘텐츠와 툴키트

콘셉트는 곧장 콘텐츠 라인업으로 번역됐다. 영상으로는 일과 성장을 다루는 differ INTERVIEW, 일 밖의 삶과 취미를 다루는 differ WEEKEND, 작업용 배경음악을 큐레이션하는 PLAYLIST. 아티클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의 일을 다루는 I am, 영감 수집가들의 COLLECTORS, 대중문화 속 성장 ESSAY, 입문자를 위한 STARTER KIT, 작은 브랜드 창업기 SMALL BRAND, 자기탐색 질문의 MY ALGORITHM, 실무 노하우 KNOW HOW. 발행은 주 2회(화·목). 그러나 디퍼를 다른 미디어와 구별 짓는 결정적 장치는 툴키트였다. 인터뷰의 질문을 독자가 직접 풀어보는 워크시트(Self Interview, My Algorithm, Zero Waste Starter Kit 등)로 만들어, 읽고 끝나는 콘텐츠를 '직접 채우는' 경험으로 바꿨다. 빈칸을 선물한다는 정의가 실제 종이 위에서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미디어에서 커뮤니티로 — 웹 리빌딩과 리뉴얼

창간이 끝이 아니었다. 2022년, 디퍼는 '데스커의 생각을 지지하는 건강한 열정 커뮤니티'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리빌딩을 진행했다. 전략은 셋으로 일원화됐다 — 신규 회원 유치(콘텐츠를 통한 가입 유도), 기존 회원 참여 강화(주제별 보기·북마크·피드백·BGM 플레이리스트·툴키트 온라인화), 회원 운영·관리 강화(커뮤니티 채널과 어드민 개선). 2023년에는 웹디자인 리뉴얼로 이어졌다. 디퍼 특유의 개성과 스타일은 유지하되 사용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이었다. 홈 인트로에 소리 없는 배경 영상을 넣고, 스크롤하면 로고가 작아지며 상단에 고정되고 히어로 영역이 드러난다. 에디터 큐레이션 캐러셀과 추천 툴키트, 태그 기반 전체보기로 '들어왔는데 뭐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문제를 풀려 했다.

3년의 운영, 그리고 숫자

브랜디드 미디어의 성패는 창간이 아니라 운영의 지속성에서 갈린다. 디퍼는 2021년 창간 이후 다년간 콘텐츠 기획·제작·운영을 지속하며 데스커 브랜드의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누적 지표는 꾸준한 우상향을 그렸다 — 웹사이트 회원가입은 7,165명(2022)에서 8,694명(2023), 10,135명(2024)으로, 뉴스레터 구독자는 6,715명에서 8,781명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907명에서 11,529명으로 늘었다. 숫자는 늘었지만, 운영팀은 한 가지를 정직하게 직시했다 — 콘텐츠 발행만으로 만든 오가닉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뉴스레터 오픈율은 42%에서 22%대로 내려갔고, 드라마틱한 도약은 없었다. 콘텐츠 발행 외에 개더링·이벤트 같은 활동이 지표와 연결되지 못한 탓이라는 진단이었다. 잘 만든 미디어가 다음 단계에서 마주하는 질문, '읽히는 것을 넘어 어떻게 관계가 될 것인가'가 떠올랐다.

[후일담] 실행되지 않은 제안 — 디퍼의 진화

* 이 장은 실제로 집행되지 않은 제안이다. 그러나 잘 운영된 미디어가 다음에 마주하는 질문을 또렷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함께 기록해 둔다. 2025년 1월, 포스트오피스는 '디퍼의 진화를 위한 프로젝트(The Evolution of Differ)'를 제안했다. 출발점은 앞 장의 숫자였다. 회원과 팔로워는 늘었지만 체류·오픈율은 정체했고, 데스커 라운지(대구)·베이스캠프 같은 오프라인 공간이 디퍼 콘텐츠와 따로 놀고 있었다. 사용자들의 목소리도 한 방향을 가리켰다 —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어요', '내 툴키트 답을 공유하고 싶어요', '멘토와의 관계 안에서 성장하고 싶어요', '데일리 리추얼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제안의 핵심은 네 번의 전환이었다 — 매거진 미디어에서 인사이트 플랫폼으로(Identity), 일방향 메시지에서 소통형 콘텐츠로(Contents), 독려형 성장에서 케어형 성장으로(User Care), 개별 활동에서 통합 마케팅 채널로(Marketing). 여기서 새 브랜드 정의가 도출됐다 — 디퍼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성장 플랫폼', 메시지는 '매일 경험하는, 일상의 작은 성장'. 데스커의 성장 여정(discover → dig → create)에 맞춰 '디퍼 콘텐츠 + 디퍼스 커뮤니티 + 성장 관리 툴'의 구조를 그렸다. 그리고 디퍼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못 박았다 — 인간의 본질을 만드는 것은 대답이 아닌 질문이다(에리히 프롬). 이 제안은 실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커뮤니티로'라는 방향은 이미 2022년 웹 리빌딩 때부터 디퍼가 품어온 꿈이었다. 후일담으로 남은 이 제안은, 좋은 온드미디어가 충분히 자랐을 때 마주하는 질문 — 읽히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사람들의 성장에 관계할 것인가 — 를 가장 선명하게 적어둔 문서다.

Differ 영상 콘텐츠

디퍼는 글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이가 화두를 던지고, 핸드헬드의 감각적인 영상미로 일하는 사람의 결을 담았다. 일과 성장을 다루는 differ INTERVIEW, 일 밖의 삶과 취미를 담은 differ WEEKEND, 그리고 'We all differ'를 압축한 브랜드 필름까지 — 영상 콘텐츠는 디퍼 미디어의 또 다른 축이었다. (영상 클립은 추후 이 섹션에 순차적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이 글의 핵심

  1. 가구 회사의 미디어는 '제품을 광고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브랜드 관점을 보여주는 미디어'일 때 자산이 된다 — 데스커는 광고 대신 디퍼를 만들었다.
  2. 디퍼는 정답이 아니라 질문과 빈칸(툴키트)을 판다. 'We all differ'라는 태도가 콘텐츠 형식까지 결정했다.
  3. 온드미디어의 진짜 시험은 창간이 아니라 3년의 운영이다. 잘 자란 미디어는 결국 '읽히는 것을 넘어 커뮤니티가 될 것인가'라는 다음 질문을 마주한다.

관련 프로젝트 — Differ

Differ Branded Media (iloom (Desker) · 2021–2024) — 이 아티클의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포트폴리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View project
P/O

포스트오피스 편집부

프로젝트의 비하인드를 '납품 후기'가 아닌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기록합니다. 본질을 발견하고 대담하게 확산시키는 포스트오피스의 일하는 방식을 아티클로 전합니다.

Instagram에서 프로젝트 비하인드 보기 →